
법정지상권이 있는 건물의 양수인에게 낙찰자가 철거를 청구할 수 있을까?
토지를 낙찰받았는데 지상에 다른 사람의 건물이 있습니다. 조사해 보니 종전 건물소유자에게 법정지상권이 성립했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이 건물을 매수하여 소유하고 있습니다. 토지등기부에는 법정지상권의 설정등기도, 현재 건물소유자 앞으로의 이전등기도 없습니다.
이 경우 토지 낙찰자는 “건물양수인은 지상권을 등기하지 않았으므로 내 토지를 사용할 권리가 없다”며 철거를 요구할 수 있을까요?
법정지상권이 유효하게 존재하고 건물양수인이 그 권리도 함께 양도받기로 했다면, 이전등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하는 철거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이유는 양수인이 등기 없이 지상권을 자동으로 취득하기 때문이 아니라, 판례가 이러한 철거청구를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① 법정지상권의 최초 취득과 양수는 다르다
먼저 법정지상권을 처음 취득한 사람과 그 사람에게서 권리를 양수하는 사람을 구별해야 합니다.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이나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성립요건을 갖추면 등기 없이 발생합니다. 최초 취득자는 설정등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토지소유자에게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미 성립한 법정지상권을 매매 등 법률행위로 양수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86조와 제187조 단서에 따른 등기 문제가 생깁니다. 건물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해서 별개의 물권인 법정지상권까지 당연히 이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즉, 다음 두 문장은 구별해야 합니다.
“법정지상권은 처음 성립할 때 등기가 필요하지 않다.”
“법정지상권을 매매로 양수할 때에도 등기가 필요하지 않다.”
첫 번째는 원칙적으로 맞지만, 두 번째는 일반적인 법률행위에 의한 양수에 관해서는 맞지 않습니다.
② 건물을 팔면 지상권도 함께 양도하기로 했다고 보는가?
법정지상권은 건물을 유지하기 위한 토지사용권입니다. 따라서 법정지상권자가 건물을 양도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과 함께 법정지상권도 양도하기로 하는 채권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여기서 ‘채권적 합의’란 양도인이 양수인에게 지상권 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를 부담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합의만으로 물권인 지상권이 즉시 이전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시 : 갑이 법정지상권이 있는 주택을 을에게 매도하고 주택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계약서에 지상권을 제외한다는 내용이 없고 다른 특별한 사정도 없다면, 을은 지상권도 함께 이전받기로 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상권을 명시적으로 제외했거나 별도로 처분한 사정이 있다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건물양수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③ 이전등기가 없는데도 철거청구가 제한되는 이유
대법원 1985. 4. 9. 선고 84다카1131, 1132 전원합의체 판결은 법정지상권이 있는 건물을 양수하면서 그 지상권도 양도받기로 한 사람에 대한 토지소유자의 철거청구를 신의칙상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건물양수인은 종전 건물소유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토지소유자에게 법정지상권 설정등기를 요구하고, 종전 건물소유자에게 지상권 이전등기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지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토지소유자는 법정지상권의 부담을 용인하고 설정등기에 협력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한 사람이 등기가 아직 없다는 사정을 이용하여 건물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양수인이 이미 지상권자라는 판단과, 지상권을 취득할 지위에 있어 철거청구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은 서로 다릅니다.
④ 토지를 경매로 낙찰받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토지소유자가 경매 낙찰자라는 이유로 법정지상권의 부담에서 당연히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경매에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거나 기존 권리가 유효하게 존속한다면, 낙찰자도 그 부담을 전제로 토지를 취득합니다.
예시 : 갑이 토지와 주택을 소유하면서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이후 토지가 경매로 병에게 매각되어 갑에게 민법 제366조의 법정지상권이 성립했습니다. 갑은 그 뒤 주택을 을에게 매도하면서 지상권도 함께 양도하기로 했습니다.
을이 주택 등기만 마치고 지상권 등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병이 “지상권 이전등기가 없으니 철거하라”고 요구하면 판례상 신의칙에 따라 그 청구가 제한됩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서도 같은 구조가 문제 됩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강제경매로 토지를 취득한 사람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가진 건물소유자로부터 건물을 양수하여 설정등기를 요구할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철거를 청구하는 것을 신의칙상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기존 법정지상권이 해당 경매에서 소멸하는지 여부는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모든 법정지상권이 모든 경매에서 무조건 존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⑤ 건물양수인은 등기청구권을 확보해야 한다
건물양수인은 철거청구를 방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권리관계를 등기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정지상권 설정등기가 없다면 민법 제404조의 채권자대위 법리에 따라 종전 건물소유자를 대위하여 토지소유자에게 설정등기를 청구하고, 종전 건물소유자에게 이전등기를 청구하는 방법을 검토합니다.
여러 차례 건물이 양도되었다면 각 단계의 양도관계와 등기청구권을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법정지상권 이전에 관한 조항을 넣고, 등기에 필요한 협력의무도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소송에서는 법정지상권의 성립 경위, 유효한 존속, 건물과 지상권의 양도 합의 등을 주장·입증해야 합니다. “건물을 샀으니 법정지상권도 있다”는 주장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⑥ 철거가 제한되어도 토지를 무료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철거청구를 막을 수 있다고 해서 건물양수인이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1988. 10. 24. 선고 87다카1604 판결은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지위에 있는 사람도 지료 또는 임료 상당 이득을 반환할 의무를 면하지 못하며, 이러한 금전청구까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토지 낙찰자는 철거 가능성만 검토할 것이 아니라 토지사용 대가를 청구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상대방이 이미 지상권을 취득했는지, 아직 이전등기청구권만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청구의 법적 구성을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지료 연체에 따른 소멸청구는 지료 결정과 연체 등 별도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등기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료 연체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습니다.
⑦ 철거청구가 가능해질 수 있는 경우
판례가 모든 건물양수인을 보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았거나, 존속기간 만료·적법한 소멸청구 등으로 권리가 소멸했다면 그 권리의 양수를 이유로 철거를 막을 수 없습니다. 지상권을 함께 양도받기로 한 합의가 없거나, 건물이 법정지상권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도 별도 판단이 필요합니다.
다만 법정지상권이 없거나 소멸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철거청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차나 다른 토지사용권이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토지 낙찰자는 법정지상권의 성립과 존속 → 건물양수인의 지상권 취득 또는 등기청구권 → 다른 토지사용권의 존재를 순서대로 살펴야 합니다.
유효한 법정지상권을 함께 양도받아 그 등기를 요구할 지위에 있는 건물양수인에게는, 이전등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철거를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등기부의 빈칸보다 실제 권리의 성립과 승계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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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 양홍규 변호사
공증인가 법무법인 화동 대표변호사 / 공인중개사 / 사법통역사
최종 검토일 : 2026. 10. 11.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이며, 구체적인 사건의 법률의견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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