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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권리분석 54. 구분지상권과 경매권리분석 — 지하와 공중에도 권리가 있을까?

by Kevin Yang 2026. 10. 24.

지상권 권리분석 AI 이미지


토지를 낙찰받으려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땅은 평탄하고 주변 환경도 좋습니다. 그런데 등기부에 낯선 권리가 적혀 있습니다.

‘구분지상권 설정’

지하에는 지하철 터널이 지나가고, 공중에는 송전선이 통과한다는 것입니다. 지표면에 별다른 장애물이 없어 보이는데도 토지 이용에 제한이 생길 수 있을까요?

구분지상권이 있는 토지는 등기 순위와 공간의 범위, 실제 이용 제한을 함께 분석해야 합니다.

1. 구분지상권이란 무엇일까?

구분지상권은 다른 사람의 토지 중 지하 또는 지상의 일정한 공간을 정하여 건물이나 그 밖의 공작물을 소유하기 위한 권리입니다.

민법 제289조의2는 공간의 상하 범위를 정해 지상권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권리의 행사를 위해 토지 사용을 제한하는 약정도 허용합니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용 공간      구분지상권이 활용되는 예

지하 공간 지하철 터널, 지하 통로, 지하 공작물
공중 공간 송전선, 고가 시설물 등

핵심은 하나의 토지를 입체적으로 나누어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토지소유자가 지표면을 사용하면서, 다른 권리자가 특정 지하 공간을 이용하는 관계가 가능합니다.

다만 지하철이나 송전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구분지상권이 설정되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해당 시설의 설치·사용 근거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2. 일반 지상권과는 무엇이 다를까?

앞선 53번째 글에서 살펴본 약정지상권과 구분지상권은 서로 완전히 별개인 권리가 아닙니다. 당사자의 계약으로 설정하는 구분지상권도 약정지상권의 한 형태입니다.

차이는 주로 권리의 공간적 범위에 있습니다.

  구분     일반적인 지상권      구분  지상권

사용 목적 건물·공작물·수목의 소유 건물·공작물의 소유
범위의 특징 설정한 토지 범위에서 목적에 필요한 사용 지하·공중의 상하 범위를 특정
조사 핵심 사용 목적·범위·기간 수평 범위와 높이·깊이, 이용 제한

구분지상권은 수목 소유를 위한 권리로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일반 지상권도 아무런 한계 없이 지하와 공중 전체를 지배하는 권리라고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설정 목적과 내용에 따라 사용 범위를 판단해야 합니다.

3. 등기부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구분지상권이 등기되어 있다면 토지 등기사항증명서의 을구를 출발점으로 다음 내용을 확인합니다.

  • 목적: 어떤 시설이나 공작물을 위한 권리인가?
  • 수평 범위: 토지 전부인가, 도면에 표시된 일부인가?
  • 상하 범위: 어느 기준면에서 얼마의 깊이·높이에 해당하는가?
  • 존속기간: 언제까지 존속하는가?
  • 지료: 지급 약정과 등기가 있는가?
  • 이용 제한: 굴착·건축 등과 관련해 어떤 제한을 정했는가?

특히 ‘지하 20미터’라는 숫자만 보아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측정한 깊이인지, 예정된 굴착이나 기초공사가 그 공간과 충돌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등기 내용만으로 위치가 명확하지 않다면 설정계약서, 관련 도면과 시설 관리기관의 자료를 대조해야 합니다.

4. 지하에만 권리가 있으면 지상에는 마음대로 건축할 수 있을까?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민법은 구분지상권의 행사를 위해 설정행위로 토지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합니다. 따라서 권리 공간과 직접 겹치는지뿐 아니라, 시설 보호를 위한 제한 내용도 살펴야 합니다.

예컨대 지하 터널 위에 건물을 계획한다면 다음 사항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계획하는 행위      확인할 쟁점

지하층 설치 굴착 범위와 구분지상권 공간의 중첩
말뚝기초 시공 말뚝 위치·깊이와 터널의 간섭
대규모 굴착 시설 안전에 미치는 영향과 협의 필요성
고층 건축 구조·하중 조건과 관계 법령상 제한


공중 송전선이 통과하는 경우에도 건축물 높이나 공사 장비의 작업 범위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이러한 제한이 모든 토지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설정 내용, 시설의 위치와 관계 법령, 구체적인 설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5. 경매에서는 소멸할까, 인수할까?

구분지상권 역시 지상권이므로 민사집행법 제91조의 소멸·인수 기준을 적용합니다.

저당권·압류채권·가압류채권에 대항할 수 없는 지상권은 매각으로 소멸하고, 그렇지 않은 지상권은 원칙적으로 매수인이 인수합니다.

다른 권리나 특별한 매각조건이 없다는 전제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등기 순서           원칙적인 처리

구분지상권 → 근저당권 → 경매 구분지상권 인수
근저당권 → 구분지상권 → 경매 구분지상권 소멸
가압류 → 구분지상권 → 경매 선행 가압류에 대항하지 못하면 소멸


여기서 인수한다는 것은 낙찰자가 지하철이나 송전시설의 소유자가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해당 공간에 대한 권리자의 사용을 인정해야 하는 토지소유자가 된다는 뜻입니다.

또한 등기 순위를 비교할 때는 설정계약일이 아니라 등기의 접수 순서를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날 등기된 권리라면 접수번호까지 살펴야 합니다.

6. 후순위여서 소멸하면 시설도 곧바로 철거할 수 있을까?

구분지상권이 소멸한다는 판단만으로 곧바로 시설 철거나 자유로운 개발을 예상해서는 안 됩니다.

구분지상권의 소멸, 시설물의 소유관계, 시설을 유지할 다른 법적 근거는 각각 확인할 문제입니다.

공공시설이라면 설정계약 외에 수용·사용 재결이나 특별법에 따른 관계가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실제로 공익사업과 관련해 구분지상권을 설정하거나 이전받는 제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후순위 등기이니 낙찰 후 터널을 없애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합니다. 매각물건명세서와 관련 재결서, 시설 관리기관의 자료를 통해 해당 시설이 존속하는 근거를 확인해야 합니다.

7. 사례 — 지하철이 지나는 토지를 낙찰받는다면?

다음은 이해를 위한 가상사례입니다.

  • 토지 면적: 600㎡
  • 2016년: 지하철 터널을 위한 구분지상권 설정
  • 2020년: 은행의 근저당권 설정
  • 이후: 토지 경매 진행
  • 입찰 목적: 지하층이 있는 업무용 건물 신축

다른 선행 권리나 특별한 매각조건이 없고 구분지상권이 유효하게 존속한다면, 낙찰자는 선순위 구분지상권의 부담을 인수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건축이 전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없습니다. 다음 순서로 검토해야 합니다.

  1. 등기와 도면으로 터널 관련 권리 공간을 확인합니다.
  2. 계획한 지하층과 기초의 위치·깊이를 대조합니다.
  3. 설정계약상 제한과 관계 법령을 확인합니다.
  4. 시설 관리기관과 협의하고 구조·지반 검토를 받습니다.
  5. 설계 변경비와 추가 공사비를 반영해 입찰가격을 결정합니다.

같은 토지라도 지표면 위주로 이용하려는 사람과 깊은 지하층을 설치하려는 사람에게 가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8. 보상금을 다시 받을 수 있을까?

구분지상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낙찰자가 앞으로 매년 사용료나 새로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확인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설정 당시 보상금이 일시금으로 지급되었는가?
  • 별도의 정기 지료 약정이 있는가?
  • 그 약정이 등기되어 있는가?
  • 낙찰 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지료의 금액·지급시기 등에 관한 약정은 등기해야 이후 토지소유권 등을 취득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이미 지급된 보상금을 낙찰자가 다시 받는다는 전제로 수익성을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9. 입찰 전 확인자료

  자료확인           목적

토지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설정 순위·범위·기간·지료 확인
설정계약서·관련 도면 권리 공간과 구체적인 이용 제한 확인
매각물건명세서 인수되는 권리와 특별매각조건 확인
감정평가서 권리 부담의 평가 반영 여부 확인
토지이용계획확인서 별도의 공법상 제한 확인
시설 관리기관 자료·관련 재결서 시설의 위치와 설치·사용 근거 확인
건축·구조·지반 검토자료 예정한 개발의 실현 가능성과 비용 확인


토지이용계획확인서만으로 사법상 구분지상권의 내용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등기부만으로 공법상 제한까지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 자료를 서로 대조해야 합니다.

구분지상권이 있는 토지는 평면이 아니라 입체로 분석해야 합니다. 등기 순위로 권리의 존속 여부를 판단하고, 공간 범위와 이용 제한으로 실제 활용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