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누가, 어떤 권리로 경매를 신청하는가
등기사항증명서를 보다 보면 ‘강제경매개시결정’ 또는 ‘임의경매개시결정’이라는 기재를 만난다. 둘 다 법원이 부동산을 매각하여 채권을 회수하는 절차다. 그렇다면 왜 이름을 구별할까? 경매를 신청할 수 있게 하는 권리의 근거가 다르기 때문이다.
1. 강제경매 : 집행권원으로 채무자의 재산을 매각한다
강제경매는 채권자가 판결 등 집행권원을 바탕으로 채무자 소유 부동산의 매각을 신청하는 절차다. 예를 들어 갑이 을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을이 갚지 않는다고 하자. 갑은 소송에서 승소한 뒤 집행할 수 있는 판결정본 등을 갖추어 을의 부동산에 강제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집행권원에는 판결뿐 아니라 요건을 갖춘 지급명령, 화해조서, 강제집행을 승낙한다는 취지가 적힌 공정증서 등도 있다. 다만 차용증이나 문자메시지만으로 곧바로 강제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채권이 있다는 사실과 그 채권을 강제로 집행할 수 있는 상태는 구별해야 한다. 민사집행법은 강제경매신청서에 경매의 이유가 된 채권과 집행할 수 있는 집행권원을 적도록 한다.
강제경매를 신청한 채권자는 반드시 그 부동산의 근저당권자일 필요가 없다. 다른 재산이 없는 채무자의 부동산을 일반 금전채권자가 집행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경매를 신청했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배당받는 것은 아니다. 실제 배당순위는 담보권, 조세채권, 임차인의 우선변제권 등 개별 권리의 성립과 순위에 따라 따져야 한다.
2. 임의경매 : 담보권을 실행한다
임의경매는 통상 근저당권이나 저당권 등 담보권을 실행하기 위한 경매를 말한다. 은행이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돈을 빌려주었는데 대출금이 상환되지 않는 경우를 떠올리면 쉽다. 은행은 담보권에 기초해 해당 주택의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강제경매와 달리 임의경매 신청에는 채무자에 대한 확정판결을 먼저 받을 필요가 없다. 민사집행법 제264조는 부동산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를 신청할 때 담보권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한다. 다만 신청할 수 있다는 것과 신청이 언제나 적법하다는 것은 다르다. 담보권이나 피담보채권이 없거나 이미 소멸했다면 경매절차에서 다툴 수 있다.
여기서 ‘임의’라는 말 때문에 채무자가 동의해야 경매가 진행된다고 오해하기 쉽다. 임의경매도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진행하는 경매다. ‘임의’는 강제경매와 구별해 관행적으로 쓰는 이름이지, 채무자가 자유롭게 응할지 결정하는 매각이라는 뜻이 아니다.
3. 절차는 얼마나 다른가
두 경매 모두 법원이 경매개시결정을 하고, 현황조사와 감정평가 등을 거쳐 매각을 진행한다. 매각대금이 지급되면 매수인은 매각의 목적인 권리를 취득하고, 법원은 배당절차를 진행한다. 임의경매에도 부동산 강제집행에 관한 민사집행법 제79조부터 제162조까지의 규정이 준용된다. 따라서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의 눈에는 두 절차가 상당히 비슷해 보인다.
차이는 주로 신청의 근거와 그 근거가 흔들릴 때의 대응에서 나타난다. 강제경매에서는 집행권원의 내용과 집행 요건을 확인해야 한다. 임의경매에서는 담보권의 존재, 피담보채권의 범위, 변제 여부 등을 살펴야 한다. 담보권 등기가 말소되었거나 담보권이 없거나 소멸했다는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등에는 민사집행법 제266조에 따른 경매절차의 정지·취소가 문제 될 수 있다.
4. 매수인의 권리분석은 경매 이름에서 끝나지 않는다
“강제경매니까 근저당권은 모두 소멸한다”거나 “임의경매니까 선순위 권리는 모두 인수한다”는 식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어떤 권리가 매각으로 소멸하고 어떤 권리를 매수인이 인수하는지는 경매의 명칭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가령 근저당권이 있는 부동산에 일반채권자가 강제경매를 신청할 수도 있고, 근저당권자가 임의경매를 신청할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매수인은 등기된 담보권과 압류·가압류, 임차인의 대항력과 배당요구, 지상권·전세권, 유치권 등 실제 권리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민사집행법 제91조는 매각에 따른 권리의 소멸과 인수에 관한 기본 규칙을 두고 있으며, 이 규정은 임의경매에도 준용된다.
경매기록에서는 먼저 무슨 권리로 경매가 시작되었는지 확인하자. 그다음 등기사항증명서와 매각물건명세서 등을 대조하여 각 권리의 성립 시점, 대항 가능성, 배당 여부를 순서대로 살펴야 한다. 특히 임차인이 거주하는 물건은 등기사항증명서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정리하면, 강제경매는 집행권원을 통한 채권의 강제회수이고, 임의경매는 담보권의 실행이다. 이 차이를 알아야 경매신청인의 지위와 절차상 쟁점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매수인이 떠안을 부담과 배당순위는 언제나 개별 권리를 다시 분석해야 한다. 경매의 이름은 권리분석의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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