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찰되면 얼마나 내려갈까
경매 공고에는 감정평가액과 최저매각가격이 함께 표시된다. 두 금액은 같을 때도 있지만, 유찰이 거듭되면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정평가액이 5억 원이고 현재 최저매각가격이 3억 2,000만 원인 물건을 보자. 이를 ‘시세보다 1억 8,000만 원 싸다’고 판단해도 될까?
답하려면 먼저 최저매각가격이 어떤 금액인지 알아야 한다. 최저매각가격은 해당 매각기일에 법원이 매수신고를 받을 수 있는 가격의 하한선이다. 부동산의 현재 시세나 낙찰 후 실제 취득비용을 뜻하지 않는다.
1. 첫 최저매각가격은 어떻게 정하나
법원은 감정인에게 경매 부동산을 평가하게 한다. 이어 감정인의 평가액을 참작하여 최저매각가격을 정한다. 감정평가액이 그대로 법원의 결정액이 되는 것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되며, 최저매각가격을 정하는 주체는 법원이다. 이것이 민사집행법 제97조의 기본 구조다.
감정평가서는 어느 시점에 어떤 물건을 어떤 방법으로 평가했는지 보여 준다. 법원이 정한 최저매각가격은 그 평가를 바탕으로 경매절차에서 입찰을 받기 위한 기준이 된다. 입찰자는 두 숫자의 의미를 구분해야 한다.
최저매각가격은 매각 공고에서 확인한다. 입찰 전에 오래 저장해 둔 경매정보만 보지 말고, 이번 매각기일에 적용되는 금액을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2. 유찰되면 반드시 20%씩 내려가나
아니다. 허가할 만한 매수가격의 신고 없이 매각기일이 끝나면 법원은 원칙적으로 최저매각가격을 상당히 낮추어 새 매각기일을 정한다. 민사집행법 제119조는 낮출 비율을 전국 공통으로 ‘20%’ 또는 ‘30%’라고 정하지 않는다. 사건마다 다음 기일의 공고 금액을 확인해야 한다.
계산법을 이해하기 위해 매번 직전 금액에서 20%를 낮춘다는 가정을 해 보자. 처음 5억 원이면 다음에는 4억 원, 그다음에는 4억 원의 80%인 3억 2,000만 원이 된다. 두 번째 인하는 최초의 5억 원에서 다시 20%를 빼는 방식이 아니다. 다만 이는 숫자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일 뿐, 모든 경매에 적용되는 법정 인하율은 아니다.
한편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매각허가를 받은 뒤 대금을 내지 않아 재매각하는 경우는 단순 유찰과 구별해야 한다. 민사집행법 제138조는 재매각절차에 종전에 정한 최저매각가격과 매각조건을 적용하도록 규정한다. ‘다시 경매에 나왔다’는 말만 듣고 가격이 한 차례 더 낮아졌을 것이라고 예상해서는 안 된다.
3. 최저매각가격은 입찰보증금과도 연결된다
입찰하려는 사람은 매수신청의 보증을 제공해야 한다. 기일입찰의 보증금액은 원칙적으로 최저매각가격의 10분의 1이다. 가령 이번 기일의 최저매각가격이 3억 2,000만 원이면 원칙적인 보증금은 3,200만 원이다. 입찰자가 3억 8,000만 원을 적겠다고 해서 보증금을 그 입찰가의 10%로 계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제 입찰 때에는 해당 사건의 공고와 매각조건에 표시된 보증금액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재매각 사건이라면 일반적인 계산만 믿지 말고 법원이 정한 조건을 살펴야 한다.
4. 최저매각가격이 낮으면 반드시 좋은 물건인가
유찰로 가격이 내려가면 입찰 가능 금액도 낮아진다. 그러나 가격이 낮아진 이유를 먼저 찾아야 한다. 임차보증금 인수 가능성, 점유자와의 인도 문제, 토지와 건물의 소유관계, 접근로, 건물 상태 등이 매수 희망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 현재 최저매각가격: 3억 2,000만 원
- 자신이 검토한 입찰가격: 3억 6,000만 원
- 낙찰 후 추가로 부담할 가능성이 있는 보증금: 5,000만 원
- 예상 수리비: 2,000만 원
보증금 인수와 수리비 지출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지출 규모는 입찰가격 3억 6,000만 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취득 관련 세금과 비용도 별도다. 반대로 보증금을 배당절차에서 전액 변제받는 임차인이라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할 수 없다. 추가 부담의 존재부터 권리분석으로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감정가보다 몇 퍼센트 낮다”는 정보만으로 수익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감정평가서로 가격의 근거를 읽고, 현황조사보고서와 매각물건명세서로 현황과 인수 가능성을 검토한 뒤 자신의 입찰 한도를 정해야 한다.
5. 최저매각가격과 ‘무잉여’의 관계
최저매각가격은 채권자에게도 중요하다. 법원은 그 가격으로 매각했을 때 경매신청채권자보다 앞서는 부담과 절차비용을 갚고도 남는 돈이 있는지 살핀다. 남을 것이 없다고 인정되면 압류채권자에게 통지하고, 법에서 정한 조치가 없으면 경매절차가 취소될 수 있다. 이를 흔히 무잉여 문제라고 한다.
가령 최저매각가격이 3억 원인데 신청채권자보다 앞서는 부담과 절차비용의 합계가 그 이상이라면, 매각을 진행해도 신청채권자에게 돌아갈 몫이 없을 수 있다. 경매는 부동산을 파는 절차인 동시에 채권을 회수하는 절차이므로, 법은 이 가능성도 따진다.
6. 입찰자는 어떤 순서로 계산해야 하나
먼저 이번 기일의 최저매각가격과 보증금을 확인한다. 다음으로 감정평가서의 평가 기준시점과 가격 산출 근거를 살핀다. 그 뒤 최근 거래사례, 현장 상태, 매수인이 인수할 권리와 필요한 추가 비용을 따져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총액을 정한다. 마지막으로 그 총액에서 예상 추가 비용을 빼 입찰가격의 상한을 잡는다.
최저매각가격은 입찰의 출발선이다. 감정평가액보다 많이 낮아졌다는 사실 자체가 이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경매에서 중요한 숫자는 ‘얼마나 떨어졌는가’뿐 아니라 얼마에 낙찰받아, 무엇을 인수하고, 결국 총 얼마를 지출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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