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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권리분석 57. 분묘기지권과 경매권리분석 — 토지 위의 묘지는 옮길 수 있을까?

by Kevin Yang 2026. 10. 27.

분묘기지권 권리분석 AI 이미지


경매로 나온 임야가 마음에 듭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진입 여건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 보니 묘지가 있습니다.

“토지를 낙찰받으면 이장하라고 요구하면 되겠지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토지소유권을 취득하더라도 분묘를 유지하기 위해 토지를 사용할 권리가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권리가 분묘기지권입니다.

반대로 묘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설치 시기와 경위, 소유자의 승낙, 관리 상태를 구체적으로 조사해야 합니다.

1. 분묘기지권이란 무엇일까?

분묘기지권은 분묘를 수호하고 제사를 지내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다른 사람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법상 물권입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등기 없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등기부가 깨끗하다는 이유만으로 분묘에 관한 부담이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판례는 봉분 등 외부에서 분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형태를 중요하게 봅니다.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알아볼 수 없는 암장 등은 구별해야 합니다.

분묘가 있는 토지는 등기부 조사와 현장조사를 반드시 연결해야 합니다.

2. 어떤 경우에 성립할까?

대표적으로 세 가지 유형을 구별합니다.


유형    기본적인 성립 경위    핵심 조사사항

승낙형 토지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분묘 설치 승낙의 존재·내용, 사용기간과 지료 약정
취득시효형 타인 토지에 설치한 분묘의 기지를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 설치 시기, 점유기간, 외형과 장사법 적용
양도형 자기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이장 특약 없이 토지를 양도 종전 소유관계, 분묘 관리 주체, 이장 약정


같은 토지에 있는 분묘라도 설치 경위가 다르면 유형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성립 유형을 구별해야 지료와 이전 문제도 정확히 검토할 수 있습니다.

3. 2001년 1월 13일이 왜 중요할까?

분묘기지권 조사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날짜입니다.

대법원은 2001년 1월 13일 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다는 관습법이 유지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장사법은 적용 대상인 무단 설치 분묘의 연고자가 토지사용권이나 분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관련 적용례는 2001년 1월 13일 이후 최초로 설치되는 분묘를 기준으로 합니다.

따라서 다음을 구별해야 합니다.


설치 상황       검토 방향

2001년 1월 13일 전 무단 설치 20년 점유 등 시효취득 요건 검토
2001년 1월 13일 이후 무단 설치 오래 존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시효취득 인정 불가
토지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설치 승낙형의 성립과 약정 내용 별도 검토


주의할 것은
2001년 1월 13일까지 이미 20년이 지나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설치일과 시효 완성일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비석에 적힌 사망일이 곧 현재 위치에 분묘를 설치한 날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른 곳에서 이장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4. 경매로 낙찰받으면 분묘기지권도 소멸할까?

분묘기지권을 등기된 약정지상권처럼 등기 순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유효하게 성립하여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분묘기지권이 있다면, 낙찰자는 그 범위에서 토지 사용의 제한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 분묘기지권 관련 지료 판례에서도 경매로 토지를 취득한 소유자와 분묘 관리자의 관계가 문제 되었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 적힌 **‘분묘기지권 성립 여지 있음’**이라는 문구도 주의해서 읽어야 합니다. 그 자체가 성립을 확정하는 판결은 아니므로, 입찰자가 사실관계를 추가로 조사해야 합니다.

5. 봉분 부분만 사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봉분이 차지하는 면적만 계산해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분묘기지권의 범위는 분묘 자체의 기지뿐 아니라 수호와 제사에 필요한 주변 공간까지 문제 됩니다. 그렇다고 묘지가 있는 산 전체에 권리가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개별 분묘의 위치와 지형, 이용 상태를 살펴야 합니다.

투자 판단에서는 다음을 확인해야 합니다.

  • 분묘와 주변 관리 공간이 예정 건축부지와 겹치는가?
  • 진입로나 토목공사 구간에 영향을 미치는가?
  • 분묘로 가는 통행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어 있는가?
  • 일부 분묘의 존치로 전체 개발계획을 변경해야 하는가?

분묘 수가 적더라도 핵심 진입로에 위치하면 토지 활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6. 오래된 묘지는 언제까지 남을까?

분묘기지권에 일반 지상권의 30년·15년 같은 기간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판례는 특별한 약정 등이 있으면 그에 따르고, 그렇지 않으면 분묘의 수호와 봉사가 계속되고 분묘가 존속하는 동안 권리가 유지되는 것으로 봅니다.

장사법상 분묘 설치기간과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의 존속도 구별해야 합니다. 설치 시기에 따른 법 적용을 확인하지 않고 “오래된 묘지는 기간이 끝났으니 옮기면 된다”고 판단해서는 곤란합니다.

벌초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만으로 권리가 소멸했다고 단정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7. 분묘기지권이 있으면 지료를 받을 수 있을까?

성립 유형에 따라 판단이 다릅니다.


유형         지료 판단의 기본 방향

취득시효형 토지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한 날부터 지급의무 발생
양도형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권리 성립 때부터 지급의무 발생
승낙형 약정을 살피되, 무상 또는 지료 약정이 없는 경우에도 사정에 따라 유상 전환 가능

취득시효형에 관하여 대법원은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토지소유자가 청구한 날부터 지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낙찰자가 소유권 취득일부터의 지료를 언제나 소급하여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승낙형도 “승낙받았으니 영구히 무료”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2025년 판결에서 인적 관계의 변경, 사용기간, 지가·공과금 상승, 토지 활용가치의 변화와 당사자의 신뢰 등을 종합하여, 공평의 원칙상 타당한 경우에는 사용대가 청구 때부터 상당한 지료를 지급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토지소유자가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무상 분묘가 자동으로 유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정을 검토해야 합니다.

8. 분묘기지권이 없으면 바로 이장할 수 있을까?

분묘기지권이 없다는 판단과 실제 개장 절차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장사법 제27조에 따른 개장에서는 관할 관청의 허가와 사전 통지·공고 등 법정 절차가 문제 됩니다. 해당 조항은 미리 3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한 통지를 규정하고,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 공고하도록 합니다.

그러나 공고만 하면 모든 분묘를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해당 분묘가 그 절차의 적용 대상인지, 기존에 인정되는 토지사용권이 있는지, 연고자 확인을 충분히 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권리 다툼이 있다면 민사소송 등 적절한 해결 절차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낙찰자가 임의로 봉분을 훼손하거나 유골을 옮기는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됩니다.

9. 사례로 보는 입찰 판단

다음은 이해를 위한 가상사례입니다.

  • 경매 목적물: 임야 3,000㎡
  • 현황: 분묘 3기 존재
  • 매각물건명세서: 분묘기지권 성립 여부 불분명
  • 입찰 목적: 진입로 개설 후 토지 개발

분묘별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분묘       확인된 사정      검토 방향

A분묘 1980년경 설치, 장기간 관리 시효취득 등 성립요건 조사
B분묘 2010년경 설치, 승낙 여부 불명 설치 승낙과 장사법 적용 확인
C분묘 종전 토지소유자의 선대 묘 양도형 성립 여부와 이장 약정 조사

세 분묘를 모두 같은 기준으로 처리해서는 안 됩니다.

A분묘가 존치해야 할 가능성, B분묘의 설치 경위, C분묘와 관련된 약정을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그 후에 개발 가능한 면적, 진입로 변경, 협의이장 비용과 소요기간을 반영하여 입찰가격을 정해야 합니다.

이장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감당할 수 있는 토지인지까지 따져야 합니다.

10. 입찰 전 확인자료

자료·조사핵심        확인사항

매각물건명세서·현황조사서 분묘의 존재와 권리 관련 기재
감정평가서 분묘의 위치와 평가 반영 여부
현장조사·측량 실제 분묘 수, 경계, 개발구간과의 중첩
과거 항공사진·사진 설치·이장 시기와 외형 변화
비석·묘적 관련 자료 피장자, 설치 경위와 연고자
등기사항증명서·과거 계약서 종전 소유관계와 이장 특약
승낙서·지료 약정·판결문 성립 유형과 이용 조건
관할 관청 확인 관련 신고·허가와 개장 절차

여름철 수풀에 가려 보이지 않는 분묘가 있을 수 있고, 비석의 기재만으로 설치일이나 관리권자를 확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서류와 현장을 교차 확인해야 합니다.

분묘가 있는 토지의 권리분석은 ‘묘지가 몇 기인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언제, 누구의 승낙으로 설치되었고, 어떤 권리가 남으며, 이장이 되지 않을 때 토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